Post-PBS 시대, 사람 중심의 혁신 시스템을 그리다
국가 R&D 혁신시스템 진단 및 이슈
“연구를 잘하는 사람보다 과제를 많이 수주하는 사람이 대접받습니다”, “연구자들이 기관의 임무보다는 단기 성과를 우선하게 돼요”. 연구계 현장에서 연구과제 중심 제도(PBS; Project Based System)를 둘러싼 수많은 비판 중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의견이다. PBS란 연구비의 편성, 배분, 수주 및 관리 등 연구관리체계 전반을 프로 젝트(연구 또는 사업과제) 단위로 일원화하여 운영·관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이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연구원 편성·연구비 사용·연구 수행 관리·연구수당 배분 등에 있어서 연구책임자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또한, 부서단위에서 연구팀·연구과제 중심으로 경영이 이루어지는 등 자율적 기관 운영에 따른 경영 효율화가 이루어지기도 하였. 지금 우리는 창의력에 기반한 무한 혁신이 가속화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에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PBS로 대변되는 기존 추격형 R&D 시스템은 정부는 물론 각 혁신주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변화를 요구받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미래창조과학부, ). 자율과 창의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연구자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사 람 중심’의 철학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정부는 더 이상 R&D 분야에 예전처럼 많은 투자를 할 수 없는 ‘재정 한계’에 이르렀 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간 축적한 양적 성과를 질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R&D 시스템의 총체적인 체질 개선은 시대의 요구사항인 것이다. 즉, 정부 주도 혁신, 경제 성장 중심의 ‘추격형 R&D’가 아닌, 민간 주도 자율·창의·사람 중심의 ‘선도형 R&D’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동 시에 PBS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R&D 시스템, 즉 ’PostPBS’ 시대의 새로운 시스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을, 왜 바꾸어야 하나 Post-PBS 시대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무 엇을 바꾸어야 할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은 첫째, 연구자를 대상으로 현행 연구관리 제도 중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제도는 무엇인지, 둘째, 현 R&D 평가체계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평가는 어떠한지를 조사하였다.
먼저, 연구관리 제도 중 불편을 느낀 경험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한 연구 자 및 연구 관리자 494명 중 358명(72.5%)이 ‘낡은 제도나 규정 등으로 인해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주요 불편 내용으로는 연구비 지급 및 관리, 결과보고 평가 및 사업실적 보고·정산 등으로 나타났다. 그 외 소수의견으로 과제 선정, 연구과정, 과제 협약, 사전조사 및 기획 등이 조 사되었다. 한편, 현행 R&D 평가체계에 대하여 평가위원들이 부여한 평점은 5점 척 도 기준 시 평균 3.07점으로 조사 106 되었으며, 이는 약 10년 전 수행한 동일 한 설문조사의 평균점수인 3.20점과 비교할 때 0.13점 낮아진 수치이다. 2008년과 비교할 때, 평가방법(평가기준 분별력 정도, 양적·질적 평가 활용 정 도)이 0.2점, 인적자원(평가위원의 전문성, 평가자 양적 충분 정도, 평가기관 담당인력 전문성, 평가위원 구성 및 운영 객관성)이 0.19점, 평가절차(평가절차 체계성 정도, 평가절차 일관성 유 지 정도)가 0.18점 각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의 설문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여전히 상당수의 연구자들이 연구 관리제도에서 낡은 제도나 규정 등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R&D 평 가체계에 대한 평가도 약 10년 전과 대비하여 오히려 후퇴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동안 많은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 및 평가 부분에 있어서 체감할 만한 실질적 개선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 리에게 필요한 것은 R&D의 전 주기 단계 중 부분적 개선이 아닌 기존의 PBS를 비롯한 R&D 시스템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이다. 그렇다면, 혁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R&D의 기본 철학은 무엇일까? Post-PBS 시대로 전환을 위한 R&D 시스템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재정지원체계, 연구관리제도, 성과평가체계 등 각 분야별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일까? 연구자 중심의 환경, 그 시작은 안정적 재정지원이다 탄탄한 기초연구를 위한 지원 강화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한 기존 정책은 기초연 구의 양적 확대에는 기여했으나, 여전히 이에 대한 연구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정부는 ‘기초연구비 비중 40%’라는 목표 하에 투자를 크게 확대하여 기초연구비는 2017년 예산 기준 40.2%의 비중을 달성하였다. 그 러나, 투자 확대에 비해 현장 연구자의 체감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아 2016 년 9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국회 청원이 접수되기까지 하 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초연구 관련 정책은 기초연구비 비중확대에서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확대로 전환되었으며, 정부는 2017년 1.26조 원인 연 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예산을 2022년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행 개인 기초연구 지원 사업은 생애 첫 연구자 및 신진연구자, 중견연구 자, 리더연구자 등 크게 3개 그룹의 연구자 성장단계별 지원체계로, 연구자 경력단계에 따라 기간과 규모 등을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 한 지원체계는 지원규모 및 지원기간에 학문분야별 특성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며, 실험 및 비 실험 연구의 차이, 장비 수요 유무에 따른 차이 등이 반 영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기초연구 과제 선정률이 해마 다 일정하지 않으므로, 연구자들이 과제 선정 규모를 예측할 수 없게 되어 안 정적 연구 환경 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원 대상 중심이 아닌 연구비 규모·기간, 연구자 분포, 연구 속 성 등을 비롯한 학문 분야별 특성을 반영하여 기초연구 지원체계 구축이 필 요하다. 가령, 학문분야별 묶음예산 지원방안 마련 등 학문 분야별 자율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지원체계 수립을 통해 일괄적 과제 지원으로 인하여 발생하던 문제를 해결하고, 학문분야 내에서 개별 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지원함으로써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덧붙여, 현재 연구계획서에 기반하여 100% 경쟁형 과제 선정 지원이 이루 어지고 있는 기초연구 지원사업 중, 혁신 실험실, 생애 첫 연구비, 생애 기본연구 비와 같은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 자격조건만 확인하는 형태 의 ‘대학 단위 묶음 예산(block-funding) 방식’의 비경쟁형 과제로 지원하는 것 또한 기초연구 지원체계의 개선 방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출연연의 세 마리 토끼 잡기 - 재정적 안정성, 운영의 자율성, 고용의 유연성 국가 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에 출연금으로 지원되는 인건비는 약 53% 수준으로(KISTEP ), 이는 출연연 각 기관들이 주 어진 고유 임무에 몰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25개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평균 중심의 논의보다는 기관별 임 무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 전략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연구의 성격과 재원조달구조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기관 유형별로 정부의 인건비 지원 수준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먼저, 기초·원천 연구를 주된 임무로 하는 기관의 경우,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의 임무를 맡고 있는 만큼 도전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그룹으로 분류를 시도한 결과 14개 기관들의 경우 출연금 인건비 비중 평균은 약 70%로 조사되었으며, 이를 약 80% 이상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향후 출연금 확대를 통해 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형·공공 연구를 주로 담당하는 기관의 경우, 부처별 공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정책지정사업)를 담당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그룹으로 분류된 5개 기관들의 출연금과 정책지정사업의 인건비 비중은 현 재 67.7% 수준이며, 향후 70% 이상 수준으로 확대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실용화와 중소기업 지원 등 산업과의 연계 기능이 중요한 기관으로 분류된 6개 기관은, 출연금과 정책지정사업으로 지원되는 인건비 비중을 약 60%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제안한다. 기관 주요 연구의 성격과 재원조달 구조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관별 안정적 인건비 비중의 최적점을 탐색하여 지원함으 로써 기관 고유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PBS 하에서는 출연연이 수행하는 과제들이 단기성과 위주로 구성되기 쉬우므로 정작 기관에 중요한 중장기 발전전략 및 수요자 요구에 부합하는 과제 기획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출연연 재정의 정부의 존도는 높지만, 출연금 사업의 경우 1년 단위 예산운용 구조 및 PBS의 제도 적 특성으로 인하여 단기 과제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 연구비라 할 수 있는 출연금 비중이 고유 임무에 몰입하기에 는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회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량 이 적어 소관 기관을 책임지고 육성하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 운 상황이며, 출연연 기관장도 부임 초반 업무파악에 소요되는 시간과 레임덕 현상을 감안하면 중장기 발전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출연연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요 사업비 중 기 관 고유 임무수행에 필수적인 사업은 묶음예산(block funding), 즉 정부는 총액과 방향성만 정하고 기관의 자율성에 맡기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기관의 모든 주요 사업(출연금 사업)의 심의가 세부내역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관 임무와 관련된 핵심 사업의 경우 묶음예산 방식으로 심의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이고 소규모 과제 중심의 연 구에서 벗어나 기관 핵심 연구에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족했던 기관 운영의 재량권이 회복되어 기관 운영의 자 율성 및 책임성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령화를 대비하여 연구직 고용형태를 개편하는 작업 또한 검토가 필요하다. 신정부 공약인 안정적 연구 일자리 확대를 위한 신진연구자의 과제 기반 테뉴어 제도와 연계하여 ‘(가칭) 국가연구원 제도로 운영하는 방 안을 제안한다. 현재 출연연의 인력구조 현황을 보면 연구인력 평균 연령이 2000년 39.6세에서 2014년 44세로 증가하였다. 연령별 연평균 증가율(2011 년~2015년 기준)을 보아도, 40대 미만은 –4%~4% 수준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50세 이상은 6%~12%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김승태, 2017)되었다. 따라서, 연구직의 88%를 임기직 연구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사례와 같이, 5~10년의 계약기 간을 갖는 임기직 연구원을 고용 후 고급 인력으로 양성하여 대학·기업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세계 각국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2016년 UBS에서 조사한 4차 산업혁명 준비 측정 결과(UBS,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1.5점(25위)으로 10점 내외인 10위권 국가들과 큰 점수 격차를 보였다.108 특히 제도 환경의 수준이 4차 산업혁명 준비에 필요한 5가지 항목 중, 법적 보호(62.25점), 노동시장 유연성(83점) 등이 사회 인프라, 기술 숙련도, 혁신 수준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는 등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기존 관습에 머물러 있는 낡은 제도는 연구자를 단순히 관리·감시하는 역할에 그치고 연구자의 연구몰입 환경을 저해한다. 이에 정부는 R&D 관리 규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고, 최근 개선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자 제재 조치(참여 제한, 사업비 환수, 제재부가금 등) 관련 사항, 안전관리 강화, 기술 누설 규정 강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혁신적 인 개선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으며, 이로 인해 연구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R&D 환경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혁신하여야 할까? 연구환경을 바꿀 새로운 법적 토대 마련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 규제 중심의 연구관리 환경이 연구 자 중심의 R&D 환경으로 혁신하여야 한다.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연 구자 중심의 R&D 제도 혁신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에 앞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구자가 바라는 연구지원 방향을 설문 조사함으로써 연구 현장에서 생각하는 현 R&D 연구관리·지원 제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알아보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 현장에서는 연구지원 환경이 4차 산업혁명 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72.1%), 국정과제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 생태 계 조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편의를 위한 행정효율화’(45.1%), ‘과 학기술 컨트롤타워 강화’(23.1%)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 현장은 자율과 책임 하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 요한 지원 요소들이 부족하다. 응답자의 88.1%는 복잡한 규제와 제도로 인 해 연구 자율성이 저해되고 연구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실제로 응답자의 72.5%가 연구지원 환경으로 인하여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 수행이 저해받거나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특히 연 구비 지급 및 관리(47.8%)를 비롯하여 정산 및 결과보고 절차(20.4%) 등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 결과를 볼 때, 연구자의 편의를 위한 연구행정 효율화로 연 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도 전·창의 기반의 연구자 연구 몰입 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자를 옭아매는 규정을 해소하고, 행정서류 제출의 획기적 간소화나 회계·법률 전문 자문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또 한, 연구자를 보호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 연구자 보호체계 보완· 강화 및 감사 대응 환경의 혁신이 요구된다. 연구행정의 다양성과 책임성 제 고를 위해 연구행정에 특화된 교육을 바탕으로 연구 관리의 전문성 제고에 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방형 시스템을 통한 전문적인 R&D 관리· 평가를 위해 지능형 R&D 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연구인력 관리 시스 템을 개선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광범위한 제도적 혁신 내용들을 모두 한 곳에 담아서 범 부처 차원의 법률인 「국가연구개발혁신특별법(가칭)」으로 제정하는 것이 바 람 직할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비효율 및 행정 부담을 야기하는 부처별 관리규정인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현행 대통령령에서 범부 처 차원 법률로의 위상 강화, ‘네거티브 방식’ 109의 표준화 법령 구현으로 연 구자 중심의 자율성 확보 등이 포함된다. 또한, 기존 법령의 열거적 규정을 포괄적 규정으로 전환하여 연구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방지하고, 연구자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제재조치의 큰 틀을 마련하는 등 과도한 권리침해를 막는 절차 보장도 고려할 사항이다. 혁신성과를 만들어내는 평가체제로의 전환은 필수다 Post-PBS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서 R&D 평가체계의 혁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과제평가, 사업평가, 기관평가 등 주요 평가 유형별 이슈와 Post-PBS 시대에 성과평가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도록 한다. 창의·도전적 연구에 날개 달기 지난 약 20여 년 간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연구과 제 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99년 14,284개에서 2017년 47,210개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과제계획서 검토 및 평가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 주요 선진국 대비 짧은 과제 선정평가 소요기간과 낮은 수 준의 연구 사업비 대비 기획평가관리비의 비중 등으로 인하여, 과제평가의 전문성 이슈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부처별로 각기 다른 연구과제 관리·지원 체계 및 제도는 현장 연 구자들에게 평가부담으로 작용하여 연구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각 부처별로 조금씩 상이한 국가 연구개발 과제 평가의 세부 평가기준을 종합하였다. 그 결과, ‘국가 연구개발 과제평가 표준지침’을 최초로 마련하여, 각 부처별로 시 행하고 있는 과제평가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등 국가 연구개발 과제평가의 공통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평가부담 완화 등을 위해 이를지 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제평가 표준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미약하여 부처의 수용성이 낮을 뿐 아니라, 부처별 연구지원 목적 및 특성의 차이로 인하여 현장 착근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과제평가는 향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첫째, 혁신·도 전연구 촉진을 위해 중간·최종 평가는 축소 또는 폐지하고, 선정평가에 역 량을 집중해야 한다. 현행 평균 2개월 수준의 과제 선정평가 소요기간을 최 소 4개월 이상으로 늘려서 선정평가에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조사·분석 역량 제고 및 역할 강화 가 요구된다. 둘째, 연구 유형에 따라 과제평가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 창 의·도전적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현행 획일화된 과제평가 유형 및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Top-down형과 Bottom-up형 또는 연구 중심형과 임 무 중심형의 연구과제 성격에 따라 평가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평가제도 혁신의 현장 착근을 위한 법·제도적 기 반 구축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연구현장의 목소리에 세심히 귀를 기울 이 며 현장 의견을 수렴하면서, 필요시 과제평가 표준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해 갈 필요가 있다. 특히, 연구지원 체계나 유형별 연구관리 차별화 방안은 향후 정책연구 추진 등을 통해 구체화하여 추후 과제평가 표준지침 개정 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R&D 사업평가 사업평가는 1997년 국가 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평가(이하 조 분평) 규정과 2001년 과학기술 기본법 제12조(국가 연구개발사업 조 분평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2005년 국가 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성 과평가법)이 제정되면서 현재의 ‘자체평가(부처)-상위평가(국가 과학기술심의회)’체계가 정착되었다. 이러한 체계는 책임성 및 성과관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중점 성과목표를 선정하여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인 관계로 우선순위가 낮은 사 업이 소외되기 쉽다. 또한, R&D 예산 배분 방향 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정작 예산과 성과자료 간 분명한 연계는 찾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과 정책 간 연계성 부족은 사업평가에 있어서의 주 요 이슈이다. 자체평가대상 사업과 상위계획 간 매칭 결과, 전체의 62%의 사업만이 상위계획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 단위의 평가체계가 확립된 반면, 보다 상위의 R&D 정책 수립 및 조정에 기 반한 평가는 미비하다는 측면에서 정책과 사업 간의 불확실한 연관성을 시 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부처의 자체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현행 3년 단위의 중간평가 시 부처의 자체평가 권한을 강화하고, 상위평가는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처의 소관 사 업에 대한 평가 책임을 강화하고, 상위평가는 자체평가의 적절성 점검 위주의 메타평가 형태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평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하 여, 종료평가는 자체적인 성과분석으로 전환하고, 중간평가에 통합하는 등 평가체계 간소화도 검토해야 한다. 추적평가는 조사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특정평가를 상시화하고, 사업군과 정책 단위의 심 층 분석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기술 분야와 같은 일부 분 야에 대해서는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책평가를 도입하되, R&D 정책조정의 활용에 초점을 둔 특정평가 방식의 분석적 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제는 R&D도 사람 중심으로 혁신할 때다 지금까지 자율·협력을 기반으로 사람·기관 중심의 연구지원이 이루어지 는 재정지원체계, 수요자·연구자 중심의 연구 관리와 연구몰입 환경 조성 이 가능한 연구 관리제도, 그리고 창의·도전적 연구를 장려하고 중장기 성과 및 효과에 초점을 두는 평가제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모든 것이 R&D 전주기적으로 조화롭고 균형감 있게 한데 잘 어우러져서 새로운 패러 다임의 R&D 시스템 전반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Post-PBS 시대로의 전환 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은 우리나라의 30-50 클럽 입성이 확실시되는 해이다. 원화 강 세와 반도체 슈퍼 사이클 등에 힘입은 덕이라고 폄훼하는 일부 목소리에 민 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30-50 클럽의 일시적 입성이 아닌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체질 강화의 일환으로 사람 중심의 새로운 R&D 시스템 구축을 향하여 한 발짝씩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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